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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범 목요칼럼〕 은빛물고기야 잘 있느냐?

기사승인 2020.10.08  14: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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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범 전 국회의원 보좌관

한 세대가 지나버렸다. 호남평원의 서쪽 끝에 앉은 듯 일어선 듯 생명수를 뱉어내고 삼키고 품었던 칠산어장 앞바다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그 날 이후부터다. 호남평원의 생명수를 실어 날랐던 만경강과 동진강을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을 수많은 농어민들과 생명체들의 고통을 오늘 여기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늘 있었다. 자연생명에 대한 인간의 학대는 앞으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생활환경을 끝끝내 유지한다면 영원불변으로 지속될 것이다. 늘 있었다. 한 세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새만금바다에서도 생명학대는 계속되었다. 번득이는 눈알을 그대로 건사한 채 탐욕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학대받는 은빛물고기는 영원히 불쌍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어디 불쌍한 존재가 은빛물고기들뿐이랴. 살육당한 은빛물고기들의 썩은 냄새 속에서 생명을 보존해야 하는 꽃게와 전어, 갈치와 주꾸미는 어떤가. 오징어와 문어는 또 어떻고. 그 많던 바지락은 씨도 없이 사라졌지 않은가. 그렇게 새만금바다는 썩은 냄새를 풀풀 뿜어내고 있다. 숨을 내뱉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진지 벌써 수십 년이다. 너른 대양으로 가야 할 길목을 오도 가도 못하게 막아선 채 가둬놓았다. 인간은 우리가 새만금에 벌려놓은 일이 최선이라고 떠벌리며 돈키호테놀이에 푹 빠져 있다. 바닷물 말이다. 썩어서 죽어 나자빠진 바닷물 말이다.

혹자는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일갈한다. 또 혹자는 새만금을 살려내라고 일갈한다. 또 혹자는 새만금이 밥 먹여 주느냐며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오호 아서라 어찌할거나. 새만금 방조제가 갈라놓은 새만금바다는 사방팔방이 다른데 어찌할거나. 그 대비가 실눈으로도 판별이 되는 것을 어찌할거나. 동편이 검푸르면 서편은 샛노랗고, 북향이 쪽빛이면 남향은 새빨갛고, 왼편이 대양어장이면 오른편은 가두리양식장이고, 위쪽 어부들이 만선으로 덩실덩실 춤출 때 아래쪽 어부들은 피라미새끼 하나 건져내기 힘들게 되었다.

한때는 풍성한 삶의 현장이자 생명의 터전이었던 새만금바다 칠산어장이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를 수많은 사람들이 목도하고 있다. 쪽빛하늘이 떠있었던 바다를 방조제로 갈라버리더니 이젠 생명과 주검이 서로를 뜯어먹는 영영 다른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자랑질만 하고 있다.

기네스북에 올리지 못하는 게 환장할 일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새만금방조제는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고 자랑질이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생긴 새만금바다호수의 넓이는 어떤가? 자그마치 401㎢란다. 서울시 면적이 605.02㎢이니 서울시면적의 2/3에 해당하는 바다를 가둬서 인공호인 새만금호수를 아직도 만들고 있다. 그 넓은 새만금호의 물이 녹조범벅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혹자는 그런 새만금호를 녹조라떼라고도 부른다. “라떼는 말이야 그곳이 바다였지!”라고 일갈하면서.

기왕 큰맘을 먹고 지적질을 시작했으니 한 번 그 녹조라떼가 만들어지는 현실을 더듬어보자.

새만금사업은 1991년 11월 부안군 해창갯벌에 첫 삽을 꽂으면서 “이 바다가 농토로 변할 것”이라며 쇠말뚝을 박았다. 그렇게 한 세대 30년이 지났다. 생명과 주검으로 갈라놓을 것을 애써 외면한 채, 마지막 방조제 연결 공사가 2006년 4월에 끝났으니 바다길목을 완전히 차단한 지도 벌써 15년째다. 그동안 은빛물고기들은 어찌 되었을까.

아직도 갯벌을 뒤집어 매립공사를 벌이고 있는 커다란 새만금호가 녹조라떼가 된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그동안 새만금 매립공사에 치중하느라 수질개선을 하지 않아서일까? 그렇다면 앞으로 새만금호수는 녹조라떼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그렇게 기대를 한다면 빨리 그 꿈같은 기대를 접어야 한다. 새만금매립공사를 벌인 지난 20년간 수질개선을 한다며 처박은 돈이 무려 4조 821억 원이다. 2001~2010년 기간에 1조 4568억 원, 2011년~2020년 현재까진 2조 6253억 원 등 총 4조 821억 원을 새만금바다에 돌덩어리를 처박듯이 퍼부었다. 그런데 결과는 녹조라떼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녹조라떼에서 어떻게 수상레저활동을 하고 농사짓는 물을 길어올 수 있단 말인가.

깨어있는 수많은 부안군민과 전북도민이 수질개선방책으로 해수유통을 주창할 때마다 정부는 애써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 새만금호가 녹조라떼라는 현재의 결과가 참혹해서 하는 말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새만금호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을 농업용지는 4급수, 도시용지는 3급수까지 높일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7월 새만금호 13곳의 수질측정지점을 조사한 결과는 6급수 5곳, 5급수 5곳, 4급수 2곳, 3급수 1곳으로 알려졌다. 4조 원이 넘는 혈세를 처박아 넣고도 새만금물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수질기준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1~5급수로 구분한다. 1급수와 2급수면 깨끗한 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태고, 3급수면 수산업이나 농업용수로는 사용가능한 물이라 한다. 4급수면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가능하지만 약품처리를 거쳐야 하고, 5급수면 썩은 물이라서 특수공법을 거친 후에야 겨우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6급수는 등급을 매길 수조차 없을 만큼 죽어있는 '등급 외'의 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질개선명목으로 피 같은 돈을 또 쏟아 부을 기세다. 새만금호 수질의 심각성을 인식한 환경부는 새만금 수질개선 대책을 세우기 위해 긴급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이 지난 9월 말까지 마무리되었고 그 결과에 따라 해수유통 등의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북도는 새만금 내부개발이 35%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10년간 국비 등 3조 원을 확보해 추가적으로 수질개선사업을 벌이면 수질이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단다. 지난 20년 동안 퍼부은 수질개선비용 4조 원이 부족해 앞으로 10년간 3조 원을 더 퍼부으면 정말 수영하기 좋은 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새만금개발의 발상전환이 필요한 때인데 전북도와 정부는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서 애처롭기까지 하다.

꿈은 일찍 깰수록 좋은 경우가 많다. 새만금호 수질개선타령이 이러한 꿈에 해당할 것이다. 시화호를 겪어보고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망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간 본래의 원초적인 삶으로까지는 아니어도 인간탐욕을 줄이려는 행동을 지금 당장 시도해야 한다. 시화호가 보여주지 않았던가.

일찍이 영국의 녹색경제학자인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는 1973년에 출간한 그의 명저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탐욕이 이글대는 인간문명에 대한 경고를 했다. 인간이 변화해야만 생명 간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이 이뤄질 것을 설파하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개발주도의 인류문명의 장막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새겼다. 새만금호도 마찬가지다. 갯벌을 뒤집는 매립공사를 벌려 농토를 만들겠다는 것도 인류문명이 낳은 또 하나의 장막은 아니었는지 살펴야 한다. 지금은 인간의 탐욕을 채우고자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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