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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기세원] 오래된 벽

기사승인 2020.07.17  07: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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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벽

낡은 거울은 이끼 낀 비석처럼 방 한 귀퉁이에
걸려 있었다
스쳐 지나가며 비춰 본 얼굴엔
빛바랜 거울에서 바람 소리 들리고
오래된 벽에는 떠나버린 그 사람처럼 금이 가
있었다.

오랜 세월 영원할 듯한 살로 붙어 있던
시멘트벽도 불화를 겪었던 것일까
풍화된 벽처럼 야윈 어깨를 드러내고
한숨 쉬며 등 돌려 자고 있는 아내를 본다

이제서야 내가 할 일을 깨달았다
빨간 대야에 시멘트와 고운 모래를 섞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도록
금간 벽을 조심스레 땜질한다

새로 짓기엔 정이 들대로 들었고
긴 세월 비바람 지켜준 벽이 새삼 고마워
손때 묻은 벽에
정성들여 개고 갠 몰타르로 금을 메운다

(기세원 부안농협백산지점장·시인)

부안인터넷신문 webmaster@buan114.com

<저작권자 © 부안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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