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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의 '꽃 하나에 시, 꽃 하나에 인생'

기사승인 2019.10.14  19: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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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수요일, 부안여자고등학교 소강당에서는 강민숙 시인의 ‘2019 진로역량 강화를 위한 글쓰기 특강’이 열렸다.

1부의 주제는 <생활 속의 시 쓰기>로 ‘행복하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시작했다.

강 시인은 “행복의 의미를 찾는 일은 끝이 안 보이지만,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꽃과 대화하는 일을 행복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강 시인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시인으로서 된장국 같은 것을 보면서도 누군가 떠오르는 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시인 또한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깨닫는 일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인은 중학교 2학년 시절 때부터 새벽에 자는 습관을 들였다고 했다.

주변에선 부엉이냐는 그리 달갑지 않은 충고를 들으면서도, 오밤중에 누군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알전구를 이불로 뒤집어쓰면서도 시인은 그 습관을 ‘놓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밤을 새웠던 이유를 시인은 이렇게 밝혔다. “내게 스스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나는 나에게 20점밖에 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자책감이 꼬리를 물고 물어, 나를 아침까지 뜬 눈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시인은 그 ‘예술가적 기질’ 덕분인지 시인으로 등단하고, 베스트셀러에도 오를 수 있었다. 시인은 “예술가”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인은 시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렇게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던 한 소녀는, 이제 아이클라 문예창작학원의 대표가 되어서 꿈을 실현하고 있다.

시인이 밝힌 시를 잘 쓰는 방법은 이렇다. 첫 번째로는 꾸미지 말고 쉽게 쓰기이다. 우리는 시를 쓰려고 할 때마다 꽤 그럴싸한 미사어구를 많이 쓰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은 오히려 그것은 시를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 번째로는 형상으로 가져와서 쓰기이다. 시인은 학생들의 잘 모르겠는 표정을 얼른 읽고 한 가지 예시를 들었다.

“어둠을 주제로 시를 쓰려고 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질문을 받은 한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음……, 그림자요.” 시인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을 대상으로 시를 써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시간’은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잡을 수도 없지만,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가 있기 때문에 역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예시를 들어주니, 학생들은 감탄하는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1부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시인은 학생들의 사인 요청 쇄도를 바쁘게 마친 후, “시는 세계의 공통어다”라는 말로 2부의 시작을 알렸다.

시인은 몇 해 전 몽골의 울람바트로 대학교에 현대시를 가르치러 갔었는데, 그때 몽골어를 몰라서 계획했던 수업을 다 마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인이 평소 좋아하는 시인 김기택의 「소」라는 시를 낭송하자 모두가 울었다고 한다. 프랑스에 가서도 시낭송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모두가 울었다고 한다. 그때 시인은 “모국어로 빚은 시가 진정한 시이다.”라고 깨달았고, 더욱 시 쓰기에 전념했다고 한다.

시인은 문예창작에 의의를 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정직하고 깔끔하게 쓰는 것을 배우는 데도 바빴다고 한다. 시인은 피나는 노력으로 깨달은 ‘꿀팁’을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시인은 박두진 선생의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박 선생이 한 신문사에 청탁을 받아 갔는데도 6시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보다 못한 기자가 박 선생에게 6시간 동안 무얼 했냐고 묻자 “첫줄이 내 시의 완성이다”라고 말했다면서, “첫 줄”에 이목을 확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또한 관형어와 한자어의 사용을 줄이고 명사의 사용을 늘릴 것을 일렀다. 만약 관형어와 같은 것을 써야 할 때면 “고독이 길에 질펀하게 누워있다”처럼 형용사와 동사를 섞어서 ‘표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일렀다. 또한 아라비아 숫자의 남용을 주의하라고 일렀다.

영화 대사를 예로 들면서, “네 목숨은 삼십 분밖에 안 남았다.”보다는 “네 목숨은 30분밖에 안 남았다.”가 더 인상 깊은 것처럼, 강조하고 싶은 문장에만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할 것을 일렀다. 무엇보다 시인은 퇴고의 중요성을 밝혔다. 자신은 시간차를 두고 퇴고를 몇 번이나 한다면서, 어쩌면 원고를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퇴고를 하는 일이라고 말해두었다.

강민숙 시인은 2부가 끝날 때쯤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은 시인의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위로였을까, 시인은 자신의 시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처음 강연을 나갈 때 너무 긴장이 되어서 슈퍼마켓에서 소주 하나를 사서 화장실에서 벌컥 마신 후 강연장에 들어갔다는 시인은 어느새 자신의 시련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새로운 희망으로써 승화할 수 있는 시인이 되어있다.

시인은 수많은 시련을 견뎌내고 피워온 꽃을 아이들의 꿈 옆에 하나씩 놓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시인의 시에 대한 특강으로서 감명 받았을 뿐 아니라, 인간 강민숙이라는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다.

“도연아 / 시는 너를 외롭게 안 할 거야 / 시를 믿어 / 한발 한발 걸어봐” 시인이 내게 해준 말을 기억하고 한발 한발 걸어가는 중이다. 오늘도 행복을 느끼기 위해 꽃을 보고 있을 시인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한다.

부안여고 안도연 기자

부안인터넷신문 webmaster@buan11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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