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저널 10월호 기사 내용으로 이윤복 회장이 부안인터넷신문에 보내주었다. //편집자》
이윤복 부안군향우회장 |
50만 국군장병과 함께해온 국군 위문예술단 출범!!
- 30여년 총 100억여원 기부해온 이윤복 단장의 숨은 이야기
- 2024년 10월 8일, 창군 최초 군 의무인의 밤 "살려야한다" 공연 기획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길, 운명이 시작되다
90년대에 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군 위문공연하면 대부분이 가장 먼저 뽀빠이 이상용의 ‘우정의 무대’를 떠올린다. 1989년 4월부터 1997년 3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누구나 시청가능한 시간대에 MBC에서 방영하여 ‘우정의 무대’에 대한 기억 한 두 가지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후 2015년 이후에는 군 위문 추억담에 전혀 다른 생소한 이름이 등장한다. ‘백룡컴퍼니의 클럽데이’, 민간인 사업가 이윤복 대표가 우연한 계기로 기획한 군부대 클럽 데이는 MZ세대 장병들의 군 위문 공연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전북 부안군 백산면이 고향인 이윤복 대표는 백산이 둘러싸고 있는 고향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백산은 해발 47미터의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정읍과 부안, 신태인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이고 주변 일대가 모두 평야 지대이기에 주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뒤쪽으로는 동진강이 흘러서 과거부터 천연의 요새로 알려졌기에 구한말 1894년 3월 이곳에서 총대장 전봉준, 총관령 김개남, 총참모 김덕명 등이 각지에서 모여든 농민군의 진영을 확대 개편하여 연합부대를 구성했고, ‘호남창의 대장소’를 세워 격문과 4대 강령 12개조 군율을 발표하기 했던 유서깊은 곳이다.
이 대표는 바로 그 산 아랫 마을에 있는 백룡초등학교를 다녔다. 개인의 이익보다 대의를 품고 용맹하게 나설 줄 아는 선조들의 뜻을 일깨워준 초등학교 이름을 따서 사회에 나와 처음 만든 회사명을 백룡컴퍼니라고 지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는 군대를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이윤복 대표는 군에 입대할 때 나름 각오를 다지고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신병 훈련 후 배정받은 곳은 바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일이었기에 아쉬움이 많은 군 생활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시작한 유통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에는 지인이 헌병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인제군 0군단에 유통하는 돈육을 트럭에 싣고 다니기 시작하며 기부의 길을 걷게 된다.
“1989년 처음 인제 0군단을 갈 때 구불구불 철정검문소를 지나 상남 방면으로, 산악 길을 처음 밟아가며 차를 몰던 비포장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고속도로로 확장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꿈같은 세월의 연속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올해 2024년 1월17일 사단법인 국군위문예술단이 출범, 창립총회를 준비하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군부대와 함께 한 35년에 대한 이윤복 대표의 소감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장병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가져다 주고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장병들을 보는 게 큰 기쁨이었다. 회사를 경영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대로 가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이유없이 마냥 좋았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몇 번 하고 말겠지 했지만 인근 다른 부대에서 부대로 소문이 나서 우리 부대에도 와줬으면 고맙겠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이 대표는 기꺼이 부대 방문 횟수를 늘려갔다.
회를 거듭할수록 부대에 뭐가 부족한지 장병들이 원하는 건 또 무엇인지를 챙겨보게 되었고 차에 싣는 위문품 품목과 양이 많아졌다. 백룡컴퍼니에서 유통하는 음식이나 용품이 아닌 경우에는 해당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후원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거절도 많이 당했지만 장병들을 위한 일이라는 말 한마디에 흔쾌히 기대보다 더 많은 양을 후원해주거나 먼저 연락해 오는 기업들도 하나 둘 생겨나서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국군 위문공연예술단의 시작
전국 각지 부대를 찾아 위문품 전달을 계속하던 2015년 초, 위문공연을 기획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처음 받았다. 0사단에서는 그 해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백골음악회를 열고 싶은데 당시에는 마땅히 공연을 기획해줄 곳이 없었다.
“우정의 무대가 끝나고 군부대 위문공연이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예산 배정도 거의 없다보니 공연기획자 분들이 맡아서 하려고 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이대표는 음악회 제작 제안에 망설임없이 하겠다고 했다. 공연 기획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했지만 부대 장병들을 위한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는 DNA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이대표는 KBS에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 선배를 찾아갔다.
예능부에서 일을 하던 선배 덕분에 초청가수를 섭외할 수 있었고 무대 음향 등 장비를 갖출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나 대학에 가서도 음악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거나 공연을 본 경험도 거의 없었지만 누구보다 군부대와 장병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2015년 10월 1일, ‘0사단 백골음악회 위문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처음 제안을 했던 부대장들은 물론이고 장병관객들도 군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시간이었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 대표도 단순히 위문 물품을 전달하고 마는 게 아니라 기획에서 제작 공연 당일 현장의 열기를 체험하는 시간이 감동이었다.
위문공연에 대한 소문은 위문품 전달보다 빠르게 다른 부대로 전해졌고 어느새 백룡컴퍼니는 유통회사가 아니라 군위문공연 전문기획단이 돼 있었다. 몇 개월동안 부대의 적은 예산과 백룡컴퍼니의 자부담으로 공연 제작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정관장으로 유명한 케이티엔지가 위문공연에 전문 사회자와 장비 일체를 지원하겠으니 본격적으로 군 위문공연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공연은 아무래도 소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음향 장비를 갖추고 하느냐는 매우 중요했다. 매번 이 부분이 아쉬웠는데 케이티엔지의 제안은 백룡이 제대로 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과 같았다.
홍대 클럽데이가 군부대로
2000년 대 서울 홍익대학교 주변에 있던 클럽들이 주말이면 티켓 한 장만 사서 여러 클럽 공연을 자유롭게 즐기는 클럽데이라는 것이 생겨 타지역 젊은이들도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문화가 되었었다. 클럽데이는 직접 홍대클럽들을 경험해 보았거나 그렇지 못한 누구에게나 ‘젊음과 열정’을 떠오르게 한다. 이 대표는 군 장병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몸과 마음이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에 있는 또래들 처럼 춤추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위문공연이라고 하면 앞에 무대가 있고 객석에 의자를 배치되면 공연이 끝날 때 까지 앉아서 보는 것이 일상이었지요. 좀 흥이 많은 장병 몇 명이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추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안전 때문에 그렇지 못했어요. 그런데 사실 분위기를 좀 바꿔주면 같이 나가서 춤추고 싶은 장병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 대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의자가 없는 스탠딩 공연이었다.
“그 즈음에는 다시 위문공연이 늘면서 장병들이 많은 큰 부대는 군 차원에서 위문공연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부대 장병이 400여명 정도 배치되는 작은 부대를 찾기 시작했어요. 제 예상대로 그곳은 큰 부대에 비해 지원이 부족했죠.”
전후방 부대를 다니면서 이 대표는 군부대도 국방부 지원과 관심을 많이 받는 부대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부대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백룡컴퍼니가 할 일은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홍대 클럽들도 작은 인디밴드들이 공연하는 작은 클럽들이 연합해서 만든 이벤트였다.
이 대표는 스탠딩 공연을 할 장소로 부대 식당을 떠올렸다. 식당에 들어가서 철제 테이블을 알파벳 T자 형태로 해서 무대로 만들어 장병들이 무대 주변에 서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무대 위 아티스트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 출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부대 클럽데이’는 기대 이상의 대성공이었다. 획기적인 기획에 부대관계자 모두가 환호했고 여러 군부대에서 공연요청이 쇄도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100개 부대에서 클럽데이가 열렸다. 이렇게 바쁘게 부대를 다니며 공연을 세팅하느라 이 대표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군부대 위문공연의 선정성, 여성을 상품화’하는 군부대 공연이라는 기사가 뉴스 사회면에 오르고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클럽데이’관련 자료요청을 받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할 수 있었다.
2018년 국정 감사에서 백룡컴퍼니는 자료요청을 받았다. 이 대표는 문제될 게 없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그 동안의 자료를 문서별 사진, 공연 영상 별 꼼꼼하게 준비해서 자료 요청한 의원실에 제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룡컴퍼니는 전혀 문제 될 요지가 없다는 연락을 의원실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공연의 선정성 문제로 언론에 회사 이름이 거론되고 국회 자료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동안 공연을 후원했던 기업들에게는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사항이 아니었다. 자료를 준비하는 동안 케이티엔지로 부터 공연 제작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 기업 행사나 지역 행사도 줄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장병과 군부대를 위한 위문공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낙담을 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누가 큰 돈을 후원받아서 추진할 사안이 아니구나’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희망이 꿈틀거렸다.
위기의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리다
“2019년 말부터 코로나에 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전염병이다’하면 군부대 같은 곳은 비상이죠. 사회에 크게 전파가 되기 훨씬 전부터 부대는 비상 상황에 돌입해요. 그런데 오프라인에서 공연을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강원도 화천에 있는 0사단은 그 해에 위문공연 예산을 책정해 두었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그대로 반환하기는 아쉬웠다. 부대에서는 이 대표에게 혹시라도 가능한 뭔가가 없겠냐고 문의해 왔다. 가능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 대표는 가능한 무언가를 생각하며 그동안 백룡컴퍼니가 했던 위문공연 영상들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순간 비대면 온라인 공연을 떠올렸다.
2018년 부터 군대내 장병들이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 스튜디어에서 공연을 하고 라이브를 송출하면 장병들이 각자 위치에서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은 힐링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되었다. 아무래도 다 같이 모여서 환호하고 춤출때와는 프로그램 구성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 클래식과 포크 음악 등 감상하기 좋은 내용으로 이전까지와는 다른 레퍼토리를 기획했다.
유튜브에는 얼마든지 재밌는 영상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부대 장병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했다. 사회자 멘트 하나 하나에 장병들이 처한 상황을 헤아려 장병들과 공감하려고 애를 쓴 결과 진심은 통했다. 비대면 힐링콘서트는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도 되면서 장병 가족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댓글을 통해 직접 전달받았던 경험은 이대표에게 새로운 보람과 감동이었다. 장병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공연 라이브를 감상한다는 건 군 위문공연 70년 역사의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군 위문공연의 역사
군 위문공연의 역사는 한국 전쟁 이후 한국군 복지향상을 위해 문화와 예술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 미군의 지원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전쟁 당시 미군 부대는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장병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전쟁 이후에는 한국에 남은 미군부대 주변에 수 많은 클럽이 생겼고 당시 신중현, 조용필, 윤복희, 패티 김 등 실력있는 국내 뮤지션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미군부대 클럽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군대도 점차 장병들의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군부대 내 예술단을 조직했다. 1956년 8월 25일 설립된 대한민국 육군예술단은 이후 해군과 공군으로 확대되어 국군통합 위문예술단으로 발전했다. 예술단은 전투부대와 병영 지역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진행하여 군인들과 관계자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군사 훈련과 임무수행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60년대 말부터는 미군에서 공연 등에 대한 지원 예산이 크게 줄어서 미군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뮤지션이 국내 무대로 활동범위를 넓혔는데 미군보다 훨씬 복지관련 지원 예산이 적은 한국군 무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까지 위문공연에 초대할 수 있는 가수는 당연히 탑스타급은 섭외에 어려움이 있어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가수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신인 가수들에게는 군 장병들이 앞으로 활동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수들은 매 회 열정을 다해 무대에 임했고 장병들도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군 위문공연은 세상의 관심과 유행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계승되어 왔고 앞으로도 군부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노래와 춤 등 문화와 예술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던 2020년 무렵 이윤복 대표의 백룡컴퍼니는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 부대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군장병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대한 일이었다. 마스크와 방역게이트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물품 후원 요청을 위해 여러 단체와 기업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는 기업들 사정도 좋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의 활동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며 흔쾌히 마스크와 방역게이트를 후원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0개 군단에 1천 만 장의 마스크와 방역 게이트가 전달됐다.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하고 기뻤다.
이윤복 대표는 언제나 소외되는 부대가 없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순식간에 맞이하게 된 코로나 시대를 군 부대가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 힐링콘서트와 긴급 물품 후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백룡컴퍼니의 새로운 페이지를 준비했다.
책읽는 장병, 군부대 작은 도서관
한국 사회에서 젊은이는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군인으로 희생한다고 안타까워 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한 편 좋지 않은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인으로 남았다면 하지 않을 부정적인 행동들이 기사화 되다보니 군대에 가면 거칠고 비뚤어 져서 나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전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남자들에게 문화예술적 소양과 교양은 그리 크게 강조되는 덕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고 군대 문화도 많이 변화하였다. 장병들은 사회에서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서를 즐긴다. 그 만큼 휴식 시간도 전 보다 늘었기에 반증이다. 책을 읽고 싶어하는 장병들이 보다 쉽게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 사업은 이 대표가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추진해오고 있었다. 내부반에 책꽂이를 설치하여 20여권 정도 책을 진열해 놓고 독서
여건을 마련하는 사업이었다. 부대 안에 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가까이에 있어야 쉽게 꺼내 볼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 사업이 하나 둘 생기고 있었는데 이 대표는 이제 군부대도 별개의 다른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착안했다. 이런 생각은 군 위문 공연으로 내공을 쌓은 덕분에 지역 행사, 마을 축제, 기업 이벤트를 맡아 진행하게 되면서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군 위문공연도 보다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하도록 해야하고 한 차원 다른 격을 갖춰야 한다. MZ세대 장병들은 군입대 이전에 이미 풍요로운 문화예술 체험 경험을 갖고 있기에 이전 세대들과는 실시간대 문화예술의 흐름을 향유하고 싶어한다. 이 대표는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변화를 빠르게 감지했다.
2022년 때마침 국방부에서 ‘군부대 도서관 사업’ 공고를 발표했다. 이미 여러 차례 진행해 온 일이었기 때문에 바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백룡컴퍼니가 선정되었다. 후원해 줄 곳을 찾아야 하기에 부담없이 전국에 있는 작은 부대를 돌며 책꽂이를 설치할 수 있어서 몸은 피곤했으나 마음만은 너무 가벼웠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아이디어로만 남아 있던 일을 기획했다.
단순히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북콘서트를 군 부대에서 개최한 것이다. ‘독한 장병, 미래를 바꾼다’ 한자로 읽을 독(讀)자를 써서 네이밍한 독한 장병 북콘서트가 제목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독서 코칭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북콘서트는 아직 코로나 여파가 남아 있을 때라 작은 규모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점점 장병 참여자가 늘고 만족도도 높은 프로그램이 되었다.
군 밖에 있는 세상과 동시에 소통하는 병영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윤복 대표는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도 관심이 많다.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부대 내에서도 가능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으로 텀블러를 나눠주고, 부대 환경개선 사업으로 방수공사를 여러 차례 후원했다.
군 부대 복지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서 이 대표는 공익법인 등록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주변에는 벌써 뜻을 모아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리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오랜 세월 혼자 감당하며 이끌어 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익법인으로 등록이 되면 기부금 후원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해 후원이나 협찬을 구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2022년부터 법인등록을 위한 자료들을 정리했다. 30여 년간의 후원 자료를 정리하면서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해왔음을 보고 스스로 기뻤다.
2024년 1월 17일 드디어 대한민국 50만 국군장병과 함게 해 온 국군위문예술단은 사단법인으로 전환되어 공인법인 절차인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사단법인 국군위문예술단은 총회에서 지난 35년간 전후방 일선 격오지 등 많은 군부대 위문공연과 나눔 기부활동을 해 온 모든 역량을 모아, 제 2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을 온누리에 선포했다.
“처음 활동을 할 때는 일선 지휘관님들이 모두가 제 형님 또래였지만 지금은 MZ세대들이 군에 들어오는 강산이 몇 번 바뀌었기에 위문공연이나 군 복지사업은 이 전과는 많이 달라야 합니다.”
총회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이전과는 다른 책임감을 말했다.
“지금까지는 일반 장병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면 이제는 군 지휘관분들도 관심갖고 함께해야할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2020년대 들어서 장병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는 사회 요구가 많아 장병들은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간부들의 고충이 많아졌음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올 4월 15일 공익법인 고유번호를 발급받고 기획하는 첫 번째 위문공연 장소가 ‘자운대’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이 대표의 생각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군 장병 자운대 의무인의 밤, ‘살려야 한다’
공익법인 대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군의무학교 학교장이 된 지인의 초대로 자운대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코로나가 한층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군 의무 관계자들과 의무장병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 처음 들었다.부대와 장병들을 코로나로부터 지키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까지 그들의 책임하에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겨우 여유가 생겼을 때 자운대 관계자들은 평소에 군 장병들의 마음을 잘 알기로 소문난 이 대표를 만나 가볍게 하소연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흘려듣지 않았다. 그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대표는 집에 돌아가 바로 기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군의 군사 교육 및 훈련시설을 통칭하는 자운대에 속하는 단체와 기관명을 적어봤다. 국군간호사관학교, 국군의무학교, 국군대전병원 의무인 및 국군장병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날을 정해 ‘자운대의 밤’을 개최하기로 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며 의료 현장의 공백을 해소하고, 비상 진료체계를 강화한 국군 의무인을 대상으로 감사를 하는 시간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밤이 깊어질수록 커졌다.
이 대표의 위문공연 기획을 듣고, 의무학교 관계자는 장소는 국군의무학교 연병장으로 하고 날짜는 10월 8일 화요일이 좋다는 답을 빠르게 보내왔다.
공익법인이 되는 조건에는 당분간 영리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항이 있다. 공익을 앞에 붙이고 바로 영리사업부터 하는 건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데 이 대표도 바로 동의했다. 이제 후원과 협찬 해줄 곳을 찾아야 한다.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이 대표가 쌓아놓은 이력을 보여주면 모두 신뢰의 눈 빛을 보여 준다. 좋은 기업이라는 광고 효과 또한 기업인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일이긴 알겠는데, 그런데 왜 그걸 당신 같은 민간인이 하느냐는 질문에 매번 맞닥뜨린다.
“물론 국방부에도 위문공연 지원 예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외부대는 있기 마련이고, 또 자운대 같은 곳은 뭔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동안 위문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요즘 협찬을 받기 위해 기업들을 찾는다. 사람들을 만나 명함을 건네줄 때 마음 자세와 옷 매무새를 바로 세운다. ’공익법인 국군위문예술단‘이라는 이름이 주는 엄중함이 있기 때문이다.
뜻은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고사를 하는 분들을 만나더라도 이 대표는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온다.
“이렇게 인연이 되면 언젠가는 함께 하는 날이 오더라고요, 기부는 받는 사람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군부대 후원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펼쳐나가고 있는 이윤복 대표, 그동안 기부 공연 1,000회 기부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기부장인이라고 하면, “군부대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기부 문화가 확산되는 데 제가 일조를 했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이 대표는 겸손하게 말한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윤복 대표에게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을 물었다.
“해외 파병 부대를 찾아가 위문공연을 펼치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파고가 높아질 때마다 파병 장병들의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이 윤복 대표가 바라는 건 어쩌면 언제나 단 하나일지 모른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모두 무사하게 전역할 때까지 장병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게 가장 큰 기쁨입니다”
2024년 10월 8일 자운대에서 울려 퍼지는 국군 의무예술단의 군 의무인을 위한 하모니가 우리 모두의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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