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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수.. 군민을 위해 선정을 베풀다

기사승인 2022.09.25  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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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문화원(원장 김영렬)에서 2008년 펴낸 부안민장치부책扶安民狀置簿冊(김선경 번역)은 1901년 대한제국 시절 군민들이 소장(소지)을 제기한 사안에 대해 부안 군수의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는 기분 좋은 책이다.

당시 부안 군수는 황관수黃觀秀(1900.12~1901.12)였다. 

소장 내용은 선산에 주인 모르게 매장한 것에 대한 일, 수재-화재로 인한 대책, 짠물 피해 호소(3년간 조세 면제), 빚을 받아 달라는 일, 궁정토 및 국가 소유 토지에 대한 세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안 군수는 제사題辭(판결)를 통해 너그럽고 부드럽게 민을 위문하는 내용, 강하고 엄하게 꾸짖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제사 내용이 어느 때는 음유시인같이 감미로운 부분도 있다.

(제사題辭-조선시대 관부에 올린 소장의 여백에 쓰는 판결문 또는 처결문)

조선시대 부안현은 17개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가 1899년 대한제국이 되면서 17개 면으로 개칭되었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1901.04.04 월명암 승려가 낸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산승을 침탈하다니, 지나가는 흰 구름도 한가로울 수 없을 것이다. 뉘우치지 않고 이런 일이 다시 귀에 들으면 부득이 엄히 징계할 일"라며 힘없는 승려에 대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1901.04.11 동도면 소재 "수십 놈이 밤을 틈다 과부를 겁탈하였습니다".. 제사題辭는 "과부를 겁탈하고 어린아이를 짓밟다니 사나운 습속이 이보다 심할 수 있겠는가. 특히 엄히 가둘 터이니, 수십 무리 가운데 과부를 빼앗는 일의 주모자를 급히 붙잡아 대령할 일"라며 목민심서를 연상케 하는 처분을 내리고 있다.

1901.04.18 입상면 정동 민인들의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나는 새도 온기가 없는 처마에는 깃들지 않는다. 새로 터를 잡은 마을이 온전히 마을을 이룰 때까지 호구를 갑자기 파악하지 말라"라며 오로지 군민을 먼저 생각하는 군정을 펼치고 있다.

1901.04.24 고부 흔랑리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쌀은 이미 솥에 들어갔는데 물고기는 찬에 오르지 못했다. 자미, 흔랑을 왔다 갔다 하였는데, 어찌하여 한 마리 물고기도 흔랑에서는 맛본 바가 없는가. 손님이 정처 없이 떠도니 분하고 한탄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다."라며 당사자를 즉각 붙잡아 대령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1901.04.26 옥에 갇힌 사람의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이른바, 남이 나를 저버릴지언정 나는 다른 사람을 저버림이 없도록 할 일"이라며 측은지심으로 답했다.

1901.06.06 전남 진도군 선인船人들이 낸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가뭄 때문에 억류해 놓은 곡식은 시가로 쳐서 바꾸는 것이 마땅하지만 곤란한 000을 생각하여 특별히 명령한다. 즉시 보리를 내어주고 배 젓는 소리를 내고 각기 집으로 돌아가게 하라"라며 타지 사람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했다.

1901.07.08 상동면 민인들이 낸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가뭄 끝에 폭우가 내려 도리어 수재가 되어 사람들이 집이 무너지는 데 이르렀으니 참으로 마음 아프다. 해당 훈약·집강은 즉시 조사하여 보고하고, 무너진 집 호역은 면내의 남는 호로 채워 넣어 모두 편안하게 하는 것이 의당할 일"이라고 답했다.

1901.07.08 격포면 훈집소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적절한 구제의 방도가 있을 것이다. 훈약·집강은 즉시 몸을 굽혀 의견을 구하고 그 가운데서 좋은 방안을 취하여 군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당할 일"라며 공직자의 자세를 당부했다.

1901.07.10 건선면 목중리 소장에 대해.. "날이 저물면 하늘과  바다를 나는 새들도 둥지를 찾는데 사람이 집이 없으면 어찌할 것인가"라며 편안히 안착할 수 있도록 처분을 내렸다.

1901.07.19 김제 반산면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참외를 심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니 그 궁핍함을 알겠다. 그런데 밤을 틈타 훔쳐가 이처럼 호소하게 만들다니,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 참외 값에 해당하는 것을 마땅히 징수하여 주어, 구석에서 혼자 울게 하지말 일"이라며 요즘 보기 드문 선정을 베풀었다.

1901.08.10 동도면 신덕리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소가 햇빛에 말리고 있는 보리를 침범하여 먹는 일은 혹 그럴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담뱃대로 소 눈을 짤러 상처를 입힌 것은 참으로 악독하다"라며 나쁜 인성에 대해 처벌을 내리고 있다.

1901.04.29 남하면 양산리 소장에 대해.. 제사題辭는 "이미 제결을 내린 일인데 다시 야료를 부리고 명을 완강히 거부하니 민의 버릇이 놀랍다. 엄히 징계하여 금단할 것이니 즉가 붙잡야 대령할 일" 이와 같이 강한 처벌을 내린 것도 있었다.

120년 전 부안 군수와 공무원들은 오로지 군민들을 위한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법을 위한 집행보다는 군민들을 설득하고 마을 공동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도록 유인했다. 

한편, 책에 소개된 부안군 직제는 군수 1인, 향장 1인, 순교 5인, 수서기 1인, 서기 7인, 통인 2인, 사령 6인, 사용 2인, 사동 2인, 객사직 1인, 향교직 1인으로 구성되었다. 부안군은 3등급에 속하는 지역이다.

급여(봉름)는 군수 1인 8백원, 향장鄕長 1인 72원, 순교巡校 5인 240원, 수서기首書記 1인 84원, 서기書記 7인 504원, 통인通引 2인 72원, 사령使令 6인 216원, 사용私傭 2인 72원, 사동使僮 2인 72원, 객사직客舍直 1인 12원, 향교직鄕校直 1인 12원, 향사비享祀費 80원, 청비廳費 200원, 여비旅費 70원(計 2506원)

 

 

조봉오 기자 ibuan114@naver.com

<저작권자 © 부안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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